호접전 (胡蝶展)

김하경

NFT(Non-Fungible Token) 기반 플랫폼에서는 작가로부터 서명된 물질적 예술 작품보다 블록체인 위에 토큰화 된 작품이 더 쉽고 명확하게 진품임을 증명받게 된다. 대다수의 암묵적 믿음을 넘어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적 장치와 기술적 구현으로 인해, 가상공간에서의 물질ㅡ비물질이 더 이상 무한히 복제되어 존재할 수 있는 거짓된 형상이 아닌 단 하나의 진짜임을 보증받는다. 이는 마치 호접몽(胡蝶夢) 속의 나비가 더 이상 장자의 꿈속 존재만이 아닌 모두에게 증명되는 존재, 즉 장자보다 더 진짜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도자 작품 소성 후에 유약이 흘러서 가마 바닥에 떨어진 덩어리를 모으기 시작하였고,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진 이 발견된 오브제들은 내 작품일까?라고 의문하게 되면서 작품의 범주와 그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파생된 작품의 개체들을 집단으로 분류화하였다. A집단은 현실 세계에서 작가의 서명으로 진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B집단은 가상의 공간에서 진짜임이 기록되어 공유된다. 작가에 의해 제작되지만 타인에 의해 무한히 물질적으로 복제될 수 있는 C집단, 비물질적으로 복제될 수 있는 D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번 전시는 B, C, D집단으로 공간을 구성하여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